일전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관람기'에 썼듯, 제주도에는 뜬금없는 박물관이 꽤 있다.
그 '뜬금없음'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또한 피해 갈 수 없겠지만,
그 정돈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달까.
뜬금없음의 선봉장엔 '아프리카 박물관'이 최 정상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제주도와 아프리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기에 저 이역만리 타국의 흑형/흑누나/흑린이들은 이 동방의 섬에
박물관을 지어야 했을까.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난 이 아프리카 박물관의 뜬금없음과 얼간이같음을 비웃어 주려고 찾아갔다.
제주도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박물관이 무수히 세워지고 있는데, 그 덕에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수준 미달인 관람관이 넘쳐나고 있다.
이 아프리카 박물관 또한 그런 잉여공간일것이라는 가정하에 찾아갔다는 이야기.
사실 작년에도 이 간판의 아프리카 박물관을 보고 정부 관료들을 마음껏 비웃어줬더랬다
참고로 말하자면 중문 관광단지 입구에서 아프리카 박물관은
정말정말정말 멀다.
반드시 차를 가지고 갈 것. 단지 내에서는 택시도 잘 잡히지 않는다.
'아프리카 박물관'이라고 치기엔 너무 길어
내 손가락이 아픈 관계로 이제부터 '흑물관'이라고 부르겠다
들어가는 길가의 오랑우탄이 잔망스럽기 그지 없다
어쨌든 들어갔더니 아프리카 관련 사진들이 잔뜩 전시되어있다.
사진들 밖에 없어 으흥
그렇다.
김중만씨가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 밖에 없다.
..
..
아 .. 이건 정말 너무 하잖은가.
난 아프리카 박물관에 온거지 아프리카 사진전에 온 게 아닌데 이 무슨 .....
애먼 희생자만 늘어간다
아 .. 아무리 돈을 버릴 각오로 온 곳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난 네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에 온게 아니란 말이다.
..
..
라고 생각하며 한탄하며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와우.
이것이야 말로 내가 바라던 박물관.
1층은 김중만씨의 사진들을 모아 둔 곳이고, 2층은 아프리카의 공예품들을 전시해 둔 곳이다.
민망해라 헤헤
아직까지 이정도로 훌륭하고 다양한 아프리카 관련 소장품은 처음
그런 차이를 찾아 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은 절로 흘러간다
아프리카 관련해서 이 정도로 공들인 곳이 있었던가
3층은 기념품 판매점.
사실 박물관에 포함되어 있는 기념품 판매점들은 얄팍하게 전시품들을 본딴 싸구려 열쇠고리나 파는게
고작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여기 파는것들만 모아서 박물관 열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
아직 끝이 아니다.
이곳 흑물관은 하루 세번(11시 30분, 2시 30분, 5시 30분) 관람객들에 한해 전통음악 공연도 하고 있다.
30분간 공연을 하는데, 정말 최고.
7천원 내고 이 공연만 봐도 아깝지 않다.
왠지 모르게 춤추는걸 보고 있노라면 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는게 죄송스럽고 황송한 느낌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렬하고 멋진 공연이라 동영상으로나마 담아두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공연중엔 사진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하고 있다.
참고로 왼쪽 흑형과 흑누나는 커플, 오른쪽 흑형과 왼쪽 흑형과는 형제사이라는군요.
오른쪽 흑형은 26살. 의외로 흑린이
공연을 너무 감명깊게 봤던지라 그들이 노래했던 곡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공연장 아나운서(한국인) 에게 물어봤다.
아나운서 : 어 .. 글쎄요? 직접 물어보시는게 어떨까요?
나 : 저 흑ㅎ... 아 아니 저분들이 한국말도 할 줄 아세요?
아나운서 : 아뇨. 영어 할 줄 알아요. 직접 물어보세요.
나 : ..........아 ..... 직접요?
아나운서 : ...... 네 ..
나 : .. 영어로?
아나운서 : .............
나 : .................ㅋ
아나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나운서 : 영어 잘하게 생기셨는데 얘기 해보세요(사진에서 왼쪽 흑형 모셔옴)
나 : 아 앙대
도대체 영어 잘하게 생긴 얼굴이란 무엇인지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흑형이 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난 바람에 안되는 외국어로 얘기 했다.
나 : 어 ... 음.... 너도 알겠지만 .... 내말은 그러니까 ....
흑형 : ?
나 : 공연 짱이더라. 죽여줬음.
흑형 : 오케오케 땡큐땡큐.
나 : .....................
흑형 : .....................
나 : .....................
흑형 : ....................................나 가도 됨?
나 : 아 앙대
흑형 : ..................................
나 : ......................................
나 : 아 음 ..... 나 너 공연 좋았다... 근데 음 ...... 가사 ..... 모른다 ..... 뜻 ..... 나 ..... 알고 싶다 ......
흑형 : 음 첫번째 곡은 우리나라(카메룬)에 있는 산을 찬양하는 곡이야. 무속신앙이랄까. 그런거고.
두번째 곡은 성년의 날에 불러주는 곡이야. 성인이 된 아이들을 축복하는거지.
도움이 됐어?
나 : 음 어 고맙다 완벽한 설명 .. 내가 본 최고의 공연이었다 .. 너네들 디스켓같은건 안나오냐?
흑형 : 디스켓?
나 : 아아 디스켓이 아니라 디스크 .. 어 .. 내말은 .. 앨범 .. 뭐 그런거 ..
흑형 : 아아 .. 글쎄 아직까진 모르겠다.
나 : 시간 내줘서 고맙다. 좋은 하루 보내달라.
흑형 : 어어 고마워. 너도 좋은 하루!
정말 최고.
내가 지금까지 다녀온 모든 박물관을 통틀어서도 탑 랭크안에 들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박물관 설립자의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할까.
동선이 고려된 전시품들의 레이아웃, 깨끗한 관리, 상당한 불륨의 볼거리, 거기다 공연까지.
대인배스런 사진촬영 허용. 그 어느 것 하나 빠질것이 없다.
반드시, 반드시, 제주도에 왔다면 반드시 가 볼 것. 반드시!
총점 : ★★★★★ + ★
한마디 : 정말 최고의 박물관. 하지만 중문단지 내에서도 너무 후비진 곳에 있어 찾아가기가
너무 불편하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별 5개로도 부족하다.
Epilogue.
한창 흑형들을 봤더니 흑돼지가 먹고싶어졌다
집에 돌아와서 배가 찢어지는 줄
덕택에 샤워하다 심장마비로 돌연사 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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